입석(立石) [문태준]
입석(立石) [문태준]
그이의 뜰에는 돌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 돌을 한참 마주하곤 했다
돌에는 아무것도 새긴 게 없었다
돌은 투박하고 늙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나는 그 돌에 매번 설레었다
아침햇살이 새소리와 함께 들어설 때나
바람이 꽃가루와 함께 불어올 때에
돌 위의 표정이 가만하게 생겨나고
신비로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그리하여 푸른 모과가 열린 오늘 저녁에는
그이의 뜰에 두고 가는 무슨 마음이라도 있는듯이
돌 쪽으로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 2017
* 나는 수석에 취미는 없다.
그냥 시 좋아하는 이들을 따라 두번인가 따라간 적이 있다.
수석은 나무로 받침을 만들어 입석(立石)한다.
왜 돌을 세우는 걸까.
돌을 바라보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면서 돌에게서 무엇을 느끼는 걸까.
돌은 무심한데 유심하다고 믿는 것일까.
어쨌든 나는 두개의 수석을 선물 받은 게 장식장에 떡하니 서있다.
아, 이건 아무개시인이 준 돌이구나.
아, 이건 또 아무개2시인이 준 돌이구나.
아주 가끔 눈길이 갈 때에나 돌 위의 표정이 가만하게 생겨난다.
수석 후에 식당 식탁위에 전시했을 때
남자들은 관통석을 주로 집어들었고
여자들은 남근석 비슷한 돌을 집어들었다는 사실에
역시 눈은 속일 수가 없구나, 했다.
한참을 웃었던 39금 내지는 49금 이야기다.
초록섬님댁에 서있는 돌. 남자들이 좋아하는 관통석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