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다시 태어나거든 [이병률]

JOOFEM 2018. 6. 8. 07:49


                                                                                                    soro 퍼포먼스 유닛 - 2 르 두






다시 태어나거든 [이병률]






한 무리는 행복을 숭배하고

한 무리는 그렇지 않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다


이쪽 줄의 사람들은 아예 감정이 없으며

저쪽줄의 사람들은 감정을 숨긴다


이 엄청난 사람들의 파도에 휘말릴 준비가 되었다는 듯

산소통을 메고 서 있는 한 청춘


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회오리바람을 만날 것이니

피할 수 없을지라도

이내 끝나고 말지라도


이번 생에는 한 덩어리의 완전한 혼자가 되어라


                 -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 2017






* 이사를 앞두고 짐을 줄여볼 요량으로 필요없는 책들을 팔기로 하고

알라딘 중고매장을 찾았다.

'행복' 또는 '죽음'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들을 오천원 넘게 받았고

그렇지 않은 책들은 무조건 천원을 받고 팔았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 책들이 더 가치가 있는 좋은책인데.)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차이는 결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다.

열 몇권 팔아 이만 칠천원을 받아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사먹고

투섬에서 커피를 사마셔도 돈이 남았다.

죽음은 꼭 찾아오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행복하길 바라며

팔려나간 책들이 꼭 행복을 주는 책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