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실직 [천양희]

JOOFEM 2018. 11. 17. 22:36


                               찬바람이 불면 추풍낙엽이 된다. 이리저리 흩날리다가 마음이 깨어진다.ㅠ,ㅠ





실직 [천양희]






남편의 실직으로 고개숙인 그녀에게

다섯 살짜리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고뇌하는 거야?

그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묻자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하더란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기막힌 말에

기가막힌 그녀의 마음이 와장창  깨어졌다

그 말 듣는 내 마음도 따라 깨어졌다

세상이 들려 어느 집을

사정없이 때려 눕힌 것이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마음을 깨어지게 하는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 없다

잠시 머물다가는 자리라도 그렇지

세상이여

세상이여

거꾸로 도는 바퀴여

굴러가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실업을 삼켰다

어딜가나 바람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 시안, 이천십삼년 가을호






* 직원을 뽑는데 아홉명이 지원했다.

그 중 두명을 서류전형하여 면접을 보았다.

두명 모두 회사를 여럿 옮겨다녔다.

한명이 어린 딸 셋을 키우고 있다기에 마음속으로 가점을 주고 뽑았다.

출근 첫날, 오전에 업무인수인계를 받다가 달려와서 다닐 수 없겠다고 한다.

적응이 어려울 것 같단다.

어린 딸들은 어쩌고 안 다닌다는 거냐 물으니 더 좋은 직장을 구해보겠단다.

인생 살면서 어린 시절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잘 생각해서 다니도록 하라고 했지만 결국 실직자로 돌아갔다.


딸들이 세상모르고 살기를 바라고 행복하기만 바란다.

어릴 때 행복함이 충만해야 평생이 행복하다.

고뇌라는 게 뭔지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자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