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윤중로에서 [박철]
JOOFEM
2019. 4. 24. 12:23
윤중로에서 [박철]
사랑하는 이에게 줄 꽃들을
아직 전하지 못하고 줄지어놓은 듯하나
내 기억으로 당신은 받은 꽃들을
차마 버리지 못해 여기 남겼네
예전엔 이렇게 꽃이 많지 않았지
남몰래 핀 것이나 몇몇
그러나 누군가를 향해 오늘은
하늘이 발 디딜 틈 없네
아무리 보아도 외로워도
내일 다시 볼 것도 아쉬워
당신 하나가
갈수록 살기 힘든 이유처럼
내 사랑 아득한 일들처럼
꽃은 피리
꽃은 지리
당신의 꽃길
끝을 열지 않기 위하여
내 봄 닫네
-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창비, 2018
* 일천구백칠십칠년, 내가 고등학생일 때
여의도의 외곽길에 내 배꼽 정도 오는 벚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잘 정비되지 않은 강변은 울퉁불퉁한 운동장
우리는 거기서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면서 놀았다.
가끔은 벚나무 심어진 곳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며 시심을 키우기도 했다.
벚꽃은 그당시 창경원에 가야 볼 수 있었다.
사월 중순 이후에 가면 밤벚꽃놀이를 하곤 했다.
지금의 여의도는 윤중로라는 이름으로
벚꽃들이 화사한 봄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꽃길을 열어준다.
지금이야 전국에 벚꽃 명소가 많이 생겨 집 근처에만도 많은 꽃길이 열려있다.
엊그제 비가 오면 벚꽃구경 끝이라고 뉴스에 떴는데
다행히 아직은 볼만하다.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잎 구경하는 것도 호사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