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 미쓰리 [조현정]
별다방 미쓰리 [조현정]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
좁은 계단에 오르면
흘러간 드라마처럼 껌을 짝짝 씹으며
까만 속눈썹 올려붙이는 그녀가 있지
커다란 서양 여자들이 드잡고 뒹구는 프로레슬링에 빠져
빨강머리도 되었다가 노랑머리도 되었다가
누가 이겨도 상관없는 경기를 치르며
전화벨이 울리면 뽕브라를 치키곤 하지
하나뿐인 통로 내려가면
딛는 곳마다 허방이라
누런 별 다닥다닥 붙은 천장에
매일 밤 사다리를 놓는 미쓰리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
별다방에 가면
가난한 기억 너머 어디서건 꽃으로 태어난 딸이건만
까만 바닷가
홀로 반짝이는 별이 되어가는
내 사랑 미쓰리가 있지
- 별다방 미쓰리, 북인, 2019
* 일천구백팔십일년 나는 북공고앞 건널목에서 알바를 했다.
그땐 과외를 금지하던 서슬퍼런 때라 대학생들에게 알바자리를 많이 주었다.
아침 일곱시부터 두시간 정도 교통정리를 하는 거였다.
조금은 싸늘했던 걸로 기억된다.
같이 알바하던 친구들과 일을 마치면 매일 바로 건널목 근처에 있는 별셋다방에 갔다.
그리곤 추위를 녹이며 생계란이 동동 떠있는 쌍화차를 마셨다.
찻잔을 탁자에 놔주는 누나에게 왜 별셋다방이예요?라고 물었다.
- 응, 우리 세자매가 하는 다방이라 별셋다방이야.
그 누나들이 지금쯤 칠십이 넘었거나 했을텐데 어디에서 셋이 모여
매일 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별을 세고 있을까.
** 같이 알바하던 일년 후배가 있었다.
이름이 영희라고만 기억하고 서울에서 혼자 사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은 김밥을 싸왔다.
코에는 흰솜을 끼고.
오빠들, 나 이거 싸느라 코피 흘렸어. 맛있게 먹어요.
하하하, 오빠들은 쌍화차와 함께 유쾌하게 허기를 달랬던 추억이 있는 별셋다방이다.
귀여운 영희도 어디선가 별을 세고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