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묵시록 [신미균]
JOOFEM
2020. 3. 21. 22:45
묵시록 [신미균]
꽃병 끝에 앉아 있는 파리와
그 파리를 내리치려고
공책을 들고 있는 내가
눈이 마주쳤다
날아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내리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서로의 속을 알 수 없는
살벌한
한낮
-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파란, 2020
* 신미균선생님께서 「맨홀과 토마토 케첩」「웃는 나무」「웃기는 짬뽕」에 이어
네번째 시집을 내셨습니다.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시집은 적어도 네번째가 되어야 진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네번째라 별 감흥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앞선 시집보다 더 발전한 게 틀림없습니다.
시사랑 회원 모두가 선생님의 시집 상재를 축하합니다.
덕분에 좋은 시 많이 읽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그리고 많이 전파해서 행복한 마음을 나누겠습니다.
** Moment Of Truth!
투우사가 황소와 이리저리 힘을 뺀 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칼로
정수리를 찌르는 찰라가 바로 진실의 순간이다.
싸움에 이길 것인가 질 것인가
사랑에 성공할 것인가 말 것인가
돈을 딸 것인가 잃을 것인가
시험에 합격할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
살면서 대면하는 이 진실의 순간을 마주칠 때 긴장감은 최고조가 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결과는 둘 중 하나라는 것.
희열이냐 절망이냐 둘 중 하나라는 것.
코로나가 유행하는데 마스크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망서리지 말고
큰 집회에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망서리지 말고
매사에 진실의 순간 대하듯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
살벌한 세상이다. 살벌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