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선암사에서 [곽효환]
JOOFEM
2020. 4. 25. 10:35
선암사에서 [곽효환]
길고 깊었던 겨울의 끝이 아련하거든
꽁꽁 얼었던 개울도 조금씩 녹아
붉은 낙엽 실은 눈석임물 흐르거든
남도 선암사에 가셔야 합니다
자욱한 안개 갈대밭도 순천만도 다 삼킬 듯한
겨울도 봄도 아닌 그 사이 어느 날
마른기침을 토해내는 오래된 산사
무심히 무리 지어 있는 편백나무숲
그 고요 그 침묵에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지난 가을 끝자락 금목서 향기 다 잊히기 전에
무우전 담벼락에 고매화 나른하게 피기 전에
조계산 굴목재에 연초록 오르기 전에
젖은 나무연기 잦아드는 저물녘
고즈넉한 침묵을 그 쓸쓸함을
밟으시려거든 이곳에 오셔야 합니다
천년 절집의 들머리에서부터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는
그렁그렁한 숨소리, 말간 민얼굴
당신 닮은 계절이 그곳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시 나의 봄이 됩니다
- 너는, 문학과지성사, 2018.
*선암사 들어가는 길 중간쯤, 우측에 순천시가 운영하는 찻집이 있다.
공무원이 차를 따라준다.
순천녹차라 보성차와 구별된다고 말해주는 그녀는 충남에서 살다 이리로 시집와서
공무원이 되었다고 한다.
천안에서 왔다니 미소지으며 반가워해주던 그녀의 해맑은 표정처럼
차의 맛도 그러했다.
선암사는 언제 가도 늘 푸근하고 마음이 맑아진다.
공무원이 차를 따라준다.
순천녹차라 보성차와 구별된다고 말해주는 그녀는 충남에서 살다 이리로 시집와서
공무원이 되었다고 한다.
천안에서 왔다니 미소지으며 반가워해주던 그녀의 해맑은 표정처럼
차의 맛도 그러했다.
선암사는 언제 가도 늘 푸근하고 마음이 맑아진다.
봄이 온 선암사 그 고즈넉한 길을 걷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