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전디다 [김정석]

JOOFEM 2020. 10. 27. 22:04

전디다 [김정석]

 

 

 

 

'견디다' 하면 머리가 하얘지는데

'전디다' 하면 가슴까지 뻐근해져서

'전디다'라는 말이 좋다

 

볼트와 너트가 입 앙 다물고 상대를 전디듯

바이러스가 어지럽힌 세월을 전디고

세월이 빠져나가는 나를 전디고

 

당신을 전디고

 

- 내가 나를 노려보는 동안, 천년의 시작, 2020

 

 

 

 

* 육십의 턱밑까지 온 김정석 시인.

그만한 세월에 얼마나 견디는 게 많았을까요.

이제는 견디다 못해 전디는 경지까지 도달했나봅니다.

그러니 '전디다'라는 말을 좋다고 말하는 거겠지요.

앞에 나온 시보다 더 후덕해지고 나긋나긋하고 느긋느긋하고

차고넘칠만큼 찰랑찰랑합니다.

두번째 시집을 상재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이삼년 뒤에 정년 퇴직하면 전업시인으로 더 좋은 시를 쓰시길 빕니다.

 

유홍준시인의 발문에 술 실력은 빵점, 노래 실력은 백점이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이천팔년인가 구년인가 광양불고기 대접 받고 이차로 노래방 가서 들었던 노래는

분명 백점짜리였습니다.

다만 기억 나는 노래제목은 없고 플로우님이 김현식의 '추억만들기'를 불러

깜짝 놀랬다는 전설이 생각납니다.

딱 한 번의 인연이었는데 이렇게 두 번째 시집을 통해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