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봄비 지나간 뒤 [박형준]
JOOFEM
2021. 3. 23. 15:33
봄비 지나간 뒤 [박형준]
봄비는
간질이는 손가락을 갖고 있나?
대지가 풋사랑에 빠진 것 같다
꽃보다 먼저 물방울이
나무의 몸을 열고 있다
물방울마다 가득
무지개가 돌고 있다
공원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속에 방울방울 떠다닌다
-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창비, 2020
* 봄비 내리기 전 봄까치꽃(일명 개불알꽃)이 따닥따닥 붙어서 엄청 피더니만
성질 급한 민들레도 하나 둘 따라 피었다.
봄비가 내리자마자 야, 나두!, 그래 너두 나두! 냉이꽃이 하트를 달고 피기 시작했다.
덩달아 민들레가 따닥따닥 붙어서 피기 시작했다.
야! 넌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
- 맞아 맞아 눈 좋은 사람만 날 알아보아.
소박한 냉이꽃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눈길을 준다. 슬며시 손목을 내어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