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찰옥수수 [김명인]

JOOFEM 2021. 8. 27. 22:43

찰옥수수 [김명인]

 

 

 

 

 

평해 오일장 끄트머리

방금 집에서 쪄내온 듯 찰옥수수 몇 묶음

양은솥 뚜껑째 젖혀놓고

바싹 다가앉은

저 쭈그렁 노파 앞

둘러서서 입맛 흥정하는

처녀애들 날 종아리 눈부시다

가지런한 치열 네 자루가 삼천 원씩이라지만

할머니는 틀니조차 없어

예전 입맛만 계산하지

우수수 빠져나갈 상앗빛 속살일망정

지금은 꽉 차서 더 찰진

뽀얀 옥수수 시간들!

 

      - 파문, 문학과지성사, 2005

 

 

 

 

 

* 괴산을 지나 문경을 다녀오는데 길가엔 대학옥수수를 판다고 입간판들이 즐비하다.

응? 옥수수도 대학을 나왔나?

지성이 찰찰 넘치려나 싶어 차를 세우고 옥수수 한봉다리 산다.

예전에 삼처넌에 사먹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오처넌이 되었다.

대학 나온 옥수수를 올해 참 많이 사먹었다.

운전하면서 먹는 옥수수는 따뜻하고 달큰하고 씹는 맛도 괜찮다.

여름 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옥수수, 어느덧 가을이 코앞이라 양은솥이 사라지고 있다.

가는 여름 참 야속하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