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카르투지오 수도원 [강신애]
JOOFEM
2022. 10. 5. 12:21
카르투지오 수도원 [강신애]
한 컵의 물
한 덩이 빵이
시간의 구멍처럼 깊어지는 곳
돌들과
천년(千年)의 영혼이
조용히 스쳐 지나가며 동거하는 곳
아치형 천정에 깃든
햇빛의 침묵
계단을 오르는
그림자의 침묵
그레고리안 성가의 침묵
어떤 명령이 혀를
저토록 단단히
묵상의 나무에 묶어둔 것일까
두절의
높은 서약,
해발 1,300미터
신을 애걸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곳
-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시인동네, 2014
* 한 십여년을 산사와 성당을 다니며 신을 애걸했었을까.
차라리 카르투지오 수도원을 올라갔으면 침묵의 위대함을 깨닫고
애걸없이 절대자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숨소리만 들렸던 영화관.
팝콘을 먹는 사람도 없고 콜라를 마시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숨소리와 정적.
화면은 느릿느릿했고 마치 앙금이 조용히 가라앉은 정갈한 마음이었다.
어디서 다시 이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위대한 침묵'
문득 황옥경 시인의 시, '봉쇄수도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