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DIY 사이프러스 관 짜기* [김광명]

JOOFEM 2022. 12. 18. 21:52

DIY 사이프러스 관 짜기* [김광명]

 

 

 

  

  사원 모양으로 관을 짓습니다

 

  나무판을 말리는 동안 기도도 잘 말랐습니다 햇살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성호를 그었지요

 

  한번 쓰는 것이라고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높이를 모르고 자란 사이프러스처럼

  나이도 지베렐린,시토키닌을 먹었던 걸까요 언젠가는 베어내야 하

는 순간이 오겠지요

 

  죽음이라는 말은 사이프러스 향기였는지도 모릅니다 관을 짓는 내

내 약 냄새를 맡았습니다

 

  뚜껑을 덮습니다 나무못 끼울 자리에 구멍을 냅니다 쇳소리만 내던

숨길이 아로마로 메꿔지겠지요

  십자가 대신 장미 문양을 두고 고민도 합니다 창을 열고 얼굴을 볼

수 있는 하늘문관이 어울릴까요

 

  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계획은 있지만 시간을 정하지 않았습니

다 혼자 누우면 꽉 차는 사원입니다

 

  Cupressus sempervirens**

  마지막으로 명패를 붙입니다

 

  어제보다 한 꺼풀 더 싱싱한, 무덤을 핥습니다

 

 

 

* 호주 DIY 관 짜기 클럽에서 직접 관을 짜는 모습을 보고 생각함

** '사이프러스'의 어원은 '항상 살아있는'과 '상록'이다

 

                  - 시와사상 2022 하반기 신인상 공모 당선작중 1

 

 

 

 

* 시사랑의 꽃지님이 드디어 '시와사상' 신인상에 당선이 되셨습니다. 

상기 시외 4편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시와사상'  2022 겨울호를 신청하였으니 받아보는대로 나머지 4편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