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는 단어 [안미옥]
내가 찾는 단어 [안미옥]
넘어질 땐 꼭 약한 쪽으로 넘어지는 법이라던데
나는 자꾸 코로 넘어져
코로부터 넘친 코*
떠오르는 것을 바로 말해버린다면
손끝으로 잘 만져지기도 해
바닥에서 파인 자국을 찾을 때처럼
계단에는 쓰여 있었다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너는 자주 이마가 빨개
울지도 않고
꼭 쥘 수 없는
작은 나사못에 솔기가 다 뜯어진다
그냥 넘어지는 게 아니구나
뭐에 걸려 넘어지는 거지
그게 뭔지 잘 생각해봐
네 발일 수도 있잖아
그래도 약함이 악함이 되지 않도록 하자,
다짐을 한다
모래를 발로 다지는 기분으로
엉망으로
흩날리는 빗방울
강물이 거세게 흐른다
잘 다져진 강물
* 김행숙, 「해변의 얼굴」(이별의 능력, 문학과지성사,2007에서
-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문학동네, 2023
* 초등학생은 백미터를 뛰는 게 아니라 오십미터를 뛴다.
뛰다가 자기발에 걸려 넘어질 때가 있다.
1등을 할 수 있었는데 꼴등을 했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 거다.
사랑할 나이가 되어 짝을 찾아야 하는데 변변한 직업도 없고
평생을 책임질 자신감이 없어 마흔이 넘도록 짝이 없다면,
자신감에 걸려 넘어진 거다.
아담과 이브는 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뱀의 유혹에 넘어가 먹고 말았으니
유혹에 걸려 넘어진 거다.
그냥 넘어지지 않는다.
작은 것에도 혹은 큰 것에도 걸려 넘어진다.
우리가 찾아야 할 단어는 '걸리는 것'이다.
과연 그 단어는 욕심일까, 자신감 부족일까, 혹은 유혹일까?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각자의 필살기로 《걸리지 않는 나만의 단어》를 찾아야 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