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함께 가는 봄 [강영환]

JOOFEM 2023. 3. 11. 10:24

 

 

 

 

 

함께 가는 봄 [강영환]

 

 

 

 

   멀리 가는 시외버스 뒷자석에 낯선 사람끼리 나란히 앉아 서

로 머리 기대고 잠에 들었다

   얼마나 무겁고 먼 꿈에 빠졌을까

   그들 사이 오가는 호흡과 맥박이 일치되어 어깨가 함께 오르

내렸다

   둘은 그런 줄 까맣게 몰랐다

   몇 십리나 멀리 갔어도 서로를 알 수 없었다

   편안한 얼굴로 버스 속도만큼 질주해가는 낯선 두 사람의 잠

깊은 동행

    먼 행로에 함께 가는 봄이 진달래 짙은 색으로 졸았다

 

                - 스미다, 김수우 엮음, 2016

 

 

 

 

 

 

 

* 겨우내 비타민 비가 부족했을까, 봄이 되면 먼 길을 갈 때 잠이 쏟아진다.

운전하는 사람도 졸음이 오고 시외버스를 탄 승객도 졸음이 온다.

무슨 연유로 버스를 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서로 다른 목적으로 가는 봄인데

마치 한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동행이 되어버렸다.

비록 서로 알지 못해도 '함께'하는 동행이고 같은 방향, 함께하는 봄이다.

깊은 잠에 빠져 어깨를 서로 내어준들 얼마나 크낙한 인연이랴.

매화 피었다고 햐!

산수유 피었다고 와!

함께 감탄하는 봄, 함께하는 봄이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