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봉자 [류흔]

JOOFEM 2023. 3. 29. 12:51

 

 

 

 

 

봉자 [류흔]

 

 

 

 

나무젓가락이

봉지를 뚫고 나왔을 때

봉자가 생각났다

 

봉자는 뾰족했다

나는 봉자에게 뻑하면 찔렸다

오십여년 전소꿉친구였던

봉자

 

반찬 투정하면 예의 맞았고

엄마에게 일러주면

다음날 또 맞았다

봉자가 주는 밥은 한입에 습

스읍 먹어야 한다

봉자를 거역하고는

골목에 나올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이삿집과 함께 트럭트럭

봉자가 멀어지고 나서

더는 맞을 일이 없어진 내가

 

엄마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달아실, 2021

 

 

 

 

 

 

* 친구중에 춘자, 숙자... 이런 이름이 흔했었다.

요즘 MZ세대에는 이런 이름이 있을 리 없다.

점 하나 빼서 민지 같은 고상한 이름들 뿐이다.

이 시를 읽으며 봉자,라는 여인이 생각났다.

한정식집에서 서빙을 하던 봉자는 어느날, 

식탁 가운데에 불판을 놓는다는게 그만 놓치면서 차려진 음식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남자 넷이서 주섬주섬 정리를 해주었더니 봉자는 무척 고마워했다.

그 후 갈 때마다 덤으로 맛있는 것도 갖다 주고

심지어는 옆에 철퍼덕 앉아서 같이 소주를 마셨다.

덩치는 거의 이영자급이고 이영자처럼 우스개소리를 잘했다.

늘 식사자리를 즐겁게 했던 봉자.

한 식당에서 오래 일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느날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내 트렁크에 있는 고급 돗자리 하나를 뺏다시피 가지고 갔는데 잘 쓰고 있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