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동행 [양안다]
JOOFEM
2023. 6. 6. 09:14
동행 [양안다]
걷고 걸어도 두 사람을 쫓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 꽃을 그리게 될
거라고 믿었지만
함께 걷는다는 건 어깨를 부딪치는 일일까
내 이름의 의미와 꽃말을 베껴 적으며
여름 꿈속에서
나를 닮은 아이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뒤를 쫓기면서
-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민음사, 2018
* 함께 걷는다는 건 어깨를 부딪치는 일이긴 하지만
늘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걷는다는 건 건강한 동행이 될 수 있다.
동행하는 사람이 없다면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아야 하거나
히키코모리가 되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천천히 오래오래 곁에 동행하는 사람과, 사람들과 걷는다면
소확행의 삶을 누릴 게 분명하다.
늘 함께 걷다보면 동행자가 나인지 내가 동행자인지 분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아주 성공적인 동행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앞서 가는 이와 뒤에 처져 따라오는 이에게도 밀고 당기며 함께 가는 것,
그것도 큰 의미에서 동행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