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유니폼 [유수연]

JOOFEM 2023. 6. 24. 10:52

척 보면 뭐 하는 분들인지 아시겠죠. 폼 나는 유니폼!

 

 

 

 

 

유니폼 [유수연]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이에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대로 한 일은 사과드려요

 

내 안에

내 모양대로 언 얼음이 있었죠

 

그걸 잠시 녹이기 위해 안고 있던 거라면

조금 사랑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날엔 개를 맞히는 아이들은 소리 질러 쫓아내고

어떤 날엔 내가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맞히다니

 

너무 무딘 마음엔 폭력이 성취로 느껴지곤 했지요

 

개새끼를 게이새끼로 잘못 들어

버럭 화부터 낸 건 잘못한 일이었어요

 

저 새끼도 사는 데 내가 왜 못 살아

삶이 이유를 찾은 것도 죄송한 일이구요

 

미안한 일들은 유리처럼 옮겨놔요 

 

품새를 연습하듯 단번에 끝낼 날이 오겠죠

 

그 일을 잘 해결 중이신가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꼭 성공하세요

 

그때까진 보이는 대로 믿어주실래요

 

그 일을 하러 가는 중이에요 사람의 일을 말이에요

 

 

 

                        -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창비, 2023

 

 

 

 

 

 

* 유치원생들도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

태권도장을 다니는 아이들도 도복을 유니폼처럼 입고 다닌다.

중고생들도 교복을 입고 단정하게 다닌다.

유니폼을 입으면 그 하위문화 안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붕어빵처럼 틀과 똑같지는 않다.

각자 서로 다른 모습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인생에도 유니폼이 있냐 하면 없다.

그럼에도 각자 속한 집단에서 스스로 하위문화를 누리며 살아간다.

공무원은 공무원 같은 문화,

교사는 교사 같은 문화,

군인은 군인 같은 문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같은 문화,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같은 문화.......

 

서로 다른 문화라고 욕할 수도 없고 손가락질 할 수도 없다.

각자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사는 것이니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시대에서 자기의 문화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잘못 이해해서 화를 내진 말자.

똘레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