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레몬그라스, 똠얌꿍의 재료 [황인찬]

JOOFEM 2023. 8. 15. 17:09

 

 

 

 

 

레몬그라스, 똠얌꿍의 재료 [황인찬]

 

 

 

 

  똠은 끓인다는 뜻, 얌은 새콤하다는 뜻

  꿍은 새우

 

  레몬그라스는 똠얌꿍의 재료

 

  혼자서 먹었어요

  망원동의 골목에서요

 

  여름이었고, 밤이었고, 너였고, 무한하게 펼쳐진, 나랑은

무관한 별들이었고, 새콤한 게 더운 날에는 딱이니까

 

  향긋한 파 같은 레몬그라스

  쑥갓을 닮은 고수

 

  이 시는 겨울에 생각하는 여름밤에 대한 시,

  출출한 밤이 오면 생각나는 시

 

  똠은 끓이고, 얌은 새콤하고, 입맛 없을 때 아주 좋은 시,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고,

  그다음에 사랑하는 시

 

  상상만 해봤어요

 

  밖에 눈이 와서요

  따뜻한 우동 국물이 생각나는 밤이라서요

 

  똠은 끓인다는 뜻, 얌은 새콤하다는 뜻

  꿍은 새우

 

  레몬그라스는 똠양꿍의 재료

 

  뜻이 있다고, 없다고, 누가 자꾸 말하고

 

 

               -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 2019

 

 

 

 

 

 

 

 

*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를 넣어먹지 못했었다.

화장품 냄새 같아서 고약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조금씩 먹다보니 적응이 되어서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먹는다.

지난 휴가때 큰딸네 식구가 와서 태국 음식점에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이제는 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똠양꿍은 아직 접해보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속이 있을까 궁금하긴 한데 시에서 대충 가이드라인을 준다.

새콤하고 새우가 들어갔고 끓였다니 국물맛은 잘 우려진 것일 테고.

망원동에 한번 진출해서 먹어볼 만하다.

 

 

** 일천구백구십일년도에 태국 출장을 갔다가

첫날부터 식사가 어려웠었다.

그 묘한 화장품냄새 때문.

심지어 한국인 식당에 가서 된장찌개를 먹는데도 그 냄새가 났다.

그 기억이 참 오래 갔었는데 이제야 내가 국제화(?)가 되었나보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