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1월의 트리 [김은지]

JOOFEM 2023. 10. 22. 12:40

 

 

 

 

 

1월의 트리 [김은지]

 

 

 

 

오른쪽은 미기

왼쪽은 히다리

 

한 번에 외워진 단어라면 지덴샤

자전거이다

 

싫다는 뜻의 글자에는 

자주 여자라는 부수가 들어 있고

 

다른 외국어를 시작했을 때도

겪었던 일이다

 

언어 속 낡은

여자들의 자리에

매번

저릿함을 느낀다

 

한편 초보 회화 연습에는 

비건의 음식 주문

한부모 가정의 하루

동성 연인을 꿈꾸는 에피소드

 

1월의 카페에 트리가 있고

나는 트리 아래 빈 선물 상자들을 보면서

 

외워졌는지

외워지지 않았는지

 

무엇이든 떠오르는 생각들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눈은 유키

내리다는 후루

 

창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하얀 눈이 쌓이는 것을 

조용히

충분히

외운다

 

 

              - 여름외투, 문학동네, 2023

 

 

 

 

 

* 국민학교 다닐 때에 신문은 온통 한자 투성이였다.

하지만 몇번 읽으면 한자를 터득하게 되었다.

훗날 일본어를 공부할 때 한자를 많이 아니까 금방, 손쉽게 언어를 배웠다.

언젠가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 대학생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 일본어는 한자가 많아서 공부하기 진짜 어려워!

세상에나 거저먹기로 배운 일본어를 요즘 학생들은 어렵다고 하는구나.

일본어는 일단 어순이 같고 발음도 비스무리한 게 많아서 편했는데.

 

유키, 후루를 조용히 음미하면서 한 단어, 한 단어를 터득해가면 훗날 내 언어가 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