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막지고개 인동초 [여태동]

JOOFEM 2023. 11. 30. 16:56

 

 

 

 

 

막지고개 인동초 [여태동]

 

 

 

 

고향 막지고개 넘어가는

질밤재 풀섶에

질밤재 돌틈에

매년 피었었니더

 

추운 겨울 이겨내고

잘도 꽃피운다고

인동초라 했니더

 

금색 은색 초롱꽃 매단다고

금은화라고 불렀니더

 

90살 넘은 우리 할매

이 꽃 따서 말려

영주장 내다 팔면

봄이 다 가고

여름 오는 줄 알았니더

 

돌아가신 무덤 옆에

이 꽃 피어나면

죽어서도 우리 할매

여상시리 꽃 따러

오시는 줄 알았니더

 

꽃나팔 하나 뽑아

입에 무니 나비처럼 하늘하늘

날아가는 우리 할매

누런 삼베적삼 보이니더

 

입 안에 꿀 냄새 향긋하고

눈 감으면 쌈지에서

인동초 꽃 말려 판

꼬깃한 돈 꺼내

손주 과자 사주려던

우리 할매 거친 손

지금도 눈에 서언하이더

 

 

           - 우물에 빠진 은하수 별들. 달아실, 2023

 

 

 

 

 

 

* 인동초 꽃은 금은화라고도 불린다.

초여름에 노란색, 하얀색 꽃을 피우기 때문에 금은화라고 하는데

잎이 반상록으로 겨울을 참아낸다고 인동초라고 불리운다.

지금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으니 겨울의 초입에 든 셈이다.

내복도 입어야 하고 목도리도 해야하고

손에는 손난로도 들고 있어야 긴 긴 겨울을 날 수 있겠다.

감기나 독감 걸리지 않고 따뜻한 몸으로 겨울을 나야 하니

인동초를 닮아 잘 참아내야 하겠다.

 

겨울 자알 견뎌내고

내년 초여름에 금은화가 피거든 종이컵에 잔뜩 담아 

책상에 놔두고 향기를 즐기면 좋겠니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