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육상선수 [박세미]

JOOFEM 2024. 3. 1. 22:56

왜 뛸까?

 

 

 

 

 

육상선수 [박세미]

 

 

 

 

  선수는 땅을 짚는다

  선수는 신호탄을 기다린다

 

  태어난 지 1년도 안 되어 걸음을 떼고 몇 개월 뒤엔 뒤

꿈치를 이용해 걸을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잘 

걷고 잘 뛰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사

의 모든 화근이 아닐까 선수는 생각했다 선수는 걷고 달

리는 일 너머의 것들은 하고 싶지 않다 결승선 너머에 아

무것도 없듯이

 

  뛴다

  오로지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지면에 붙어있는 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더

많다

  스타트와 라스트스퍼트를 훈련한다

  팔다리를 효율적으로 가동한다

  최대한의 속도를 익힌다

  선수는 기록을 세운다

  기록을 깨고 또다시 기록을 세운다

  달리기 위해 달린다

 

  그러다 선수는

  누군가 손뼉을 치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풍선이 터

지거나 숟가락을 내려놓는 소리에도 무조건 뛰기 시작한

다 그리고 어느 날 결승선을 통과하고서도 멈추지 않는

다 돌아오지 않는다

 

 

              - 오늘 사회 발코니, 문학과지성사, 2023

 

 

 

 

* 나 혼자 경쟁하는 선수

둘이 경쟁하는 선수

여러명이 무리를 이루어 경쟁하는 선수

선수는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나.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긴 하다 .

하지만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면

굳이 1등을 할 필요는 없다.

토끼를 이기는 거북이가 될 수도 있고

혼자 뛰어서 1등을 할 수도 있다.

기왕에 선수라면 결승선까지는 가보아야 한다.

매일 선수가 되어 요잇,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