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낮달 [박준]

JOOFEM 2025. 5. 15. 11:53

노명희 화가 그림

 

 

 

 

낮달 [박준]

 

 

 

 

지난봄

산중에서 만난 낮달이

 

오늘은 마을까지

내려와주었습니다

 

내가 오랜 시간

돌봐야 했던 이가

 

어느 시간에 이르러

나를 돌보아줄 때도

 

이런 낯빛을 

하고 있었습니다

 

 

              - 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 2025

 

 

 

 

 

 

* 노명희화가를 만난 건 인사동의 조그만 미술관에서였다.

주로 자연과 꽃, 그리고 누드 드로잉을 그리는 화가이다.

낮달이라는 제목의 시집 두 권을 선물로 드리고 차 한잔을 얻어마시며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쯤 나누었던 게 인연이 되었다.

자연을 그리는 그림에는 꼭 낮달이 그려져 있었다.

그게 하나의 사인이기도 하고 시그니처 같은 명찰이었다.

가족분이 사과농사를 짓는다 해서 농장까지 가서 인사드리고

처음 수확한 사과를 받아왔던 기억이 있다.

사과맛이 기가 막혀서 또 가보고 싶어도 사는 게 바빠서 다시 가보지는 못했다.

전시회를 기다려보다가 꼭 뒤늦게 지나간 것을 알게 되곤 한다.

내가 시를 올리고 그 위에는 가끔 노명희화가의 그림을 붙이기도 한다.

올려도 좋다는 허락을 득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