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새벽기도[정호승]
JOOFEM
2005. 7. 23. 16:43
새벽기도[정호승]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작과 비평사)
*. 생명의 양식을 혼자 먹는 것처럼 슬프고 안타깝고 고독한 일이 있을까?
작은 세상이든 큰 세상이든 세상가운데에 혼자이지 않고 누군가와 희미한 등불을
함께 움켜쥐고 함께 떠는 추위는 얼마나 큰 위안이던가.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말고 스스로 생명의 양식이 되어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할 일이다.
주님의 뜻대로 이끌어주시는대로 순종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