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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댄스댄스[무라카미 하루키]
JOOFEM
2006. 8. 1. 23:51

견딜 수 없네 -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 상실의 시대를 읽은 이후에 다시 무라카미의 작품을
읽었다. 댄스댄스댄스.
서른네살이 겪는 삶 치고는 참 상실할 것도 많다만 나름대로 상실할 것들이 좀
있나보다.
상실이란 다름아닌 사라져가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나와 관계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린다. 죽어서 사라지던 싫어서 이별하고 사라지던
어쨌든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와 아픔은 곧 상실감으로, 또 무력감으로 견딜 수 없는 존재의 허무함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인간은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나름대로 삶의 방법을 터득하며
사라지는 것 이후에 되찾는 연습을 통해 다시 찾음으로써 쉽게 사라지지않는 존재를 얻게 된다.
댄스는 일정한 스텝의 규칙에 따라 춤을 추게 된다.
더러는 상대의 발을 밟는 실례를 저지르기도 하고 손을 놓치기도 하며 음악과 따로 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상실의 과정을 통해 실수를 줄여나가며 마침내 댄스를 완성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비로소 긴장되었던 스텝의 억압에서 해방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존재들이 나로부터 멀어져 가고 사라지며 상실되어 간다.
유기되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현상! 자연의 법칙은 아니지만 스텝의 규칙과도 같은
그것들은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릴 것이다. 그 긴장감, 아니 불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