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의 누름돌.
누름돌[김인호]
어쩌다 강가에 나갈 때면 어머니는
모나지 않은 고운 돌을 골라 정성껏 씻어 오셨다
김치의 숨을 죽여 맛을 우려낼 누름돌이다
산밭에서 돌아와 늦은 저녁 보리쌀을 갈아낼 확돌이다
밤낮 없는 어머니 손 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돌멩이들이 어두운 부엌에서 반짝였다
그런 누름돌 한 개 있어 오늘 같은 날
마음 꾹꾹 눌러 놓으면 좋으련만
난 여직 그런 누름돌 하나 갖질 못했구나.
* 그 옛날 우리집에선 가을이면 무를 잘게 썰어 실에 꿰어 겨우내 말렸다.
일명 무말랭이다.
어머니는 이 무말랭이를 고춧잎과 함께 간장에 절이고 누름돌로 눌러놓으셨다.
그러면 무말랭이는 꼬들꼬들해지고 씹는 맛이 있었다.
도시락 반찬으로 유아식 거버병에 이걸 담아주시면 늘 틈새로 간장이 새서 책이며 가방이며 낭패를 보곤 했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꼬들꼬들한 반찬으로 한끼를 먹을 수 있었던 건 이 누름돌때문이었다.
인생에 있어서도 이 누름돌이 하나쯤 있으면 퍼지거나 불어터지거나 하지 않고
꼬들꼬들한 인생을 살 수 있겠다.
어머님이 즐겨찾기하시던 누름돌, 내 마음에도 하나쯤 두고 꾹꾹 눌러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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