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 소리[송기원]
어릴 적 누님을 부둥켜안고 울면서 듣던 밤바람 소리
속에는 멀리 웃녘으로 겨울장사를 떠난 어머니의 목소
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서 듣는 밤바람 소리 속에는 캄캄한
저승에서 서로 부둥켜안은 어머니와 누님의 목소리가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아득한 곳에서 홀로된 그대가 듣는 밤바람 소리 속에는
어머니와 누님을 부둥켜안은 내 목소리도 함께 섞여
있을는지요.
* 오늘 이 세상의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부고를 날린다면
그대들이 듣는 밤바람 소리에
내 목소리는 얼마나 세미하게 들리려는지.
내 안의 그대는 내 목소리를 얼마동안이나 기억하고
얼마동안이나 부둥켜안고 밤바람 소리를 함께 내며 울려는지.
잠시잠간 유체이탈해서 내 안의 그대가 밤바람 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네.
짓꿎게 그대들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았는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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