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청계천 금치기 [권자미]

JOOFEM 2012. 6. 20. 13:27

 

 

 

 

 

 

 

청계천 금치기 [권자미]

 

 

 

 

청계천 지나다가 시집을 샀다

백석 이상 칼지브란 김수영 황지우

한 묶음에 3,000원이다

 

며칠 면도를 잊은 늙수그레한

헌책방 주인 거스름돈 거슬러 주며

이건 종이값도 아녀 했다

 

책 속에 바짝 마른

냉이 꽃 세 송이 꽂혀있다

 

헌책에 압화壓化 부록으로 끼울 리도 없고

(종이 값이 아니라면)

詩값 제하고

고요하고 쓸쓸하게 드러난 꽃값

도대체 얼마란 소린가

 

시인의 말에

꽃 눈물 번져있다

 

 

 

 

 

 

 

* 청계천에는 참 좋은 책이 많았었다.

헌책방은 고풍스러운 지식을 담을 수 있는 책들이 가득했다.

한 권, 두 권 사모은 책들은 보물과 같고 소중하기 그지없었다.

심상 잡지를 사모은 건 청계천에서였다.

박수근 화집을 산 것도 그러하다.

나중에 월급 받으면서 책방에서 산 심상 잡지보다도

헌책방에서 시인의 혹은 시인지망생의 꽃 눈물 번진 심상 잡지가 더 좋았다.

헌 심상 잡지 여백에는 더러 창작품으로 보이는, 만년필로 쓴 시도 눈에 띄었었다.

(권자미시인이 그 시대 사람이었어? 의아해 하며 한 편 올린다.

새로 나온 시집에 쓴 자필은 예쁘다.

초록손가락으로 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