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금치기 [권자미]
청계천 지나다가 시집을 샀다
백석 이상 칼지브란 김수영 황지우
한 묶음에 3,000원이다
며칠 면도를 잊은 늙수그레한
헌책방 주인 거스름돈 거슬러 주며
이건 종이값도 아녀 했다
책 속에 바짝 마른
냉이 꽃 세 송이 꽂혀있다
헌책에 압화壓化 부록으로 끼울 리도 없고
(종이 값이 아니라면)
詩값 제하고
고요하고 쓸쓸하게 드러난 꽃값
도대체 얼마란 소린가
시인의 말에
꽃 눈물 번져있다
* 청계천에는 참 좋은 책이 많았었다.
헌책방은 고풍스러운 지식을 담을 수 있는 책들이 가득했다.
한 권, 두 권 사모은 책들은 보물과 같고 소중하기 그지없었다.
심상 잡지를 사모은 건 청계천에서였다.
박수근 화집을 산 것도 그러하다.
나중에 월급 받으면서 책방에서 산 심상 잡지보다도
헌책방에서 시인의 혹은 시인지망생의 꽃 눈물 번진 심상 잡지가 더 좋았다.
헌 심상 잡지 여백에는 더러 창작품으로 보이는, 만년필로 쓴 시도 눈에 띄었었다.
(권자미시인이 그 시대 사람이었어? 의아해 하며 한 편 올린다.
새로 나온 시집에 쓴 자필은 예쁘다.
초록손가락으로 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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