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청 들고 있는 난 화분, 그 세번째.
기쁨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 회사에서 난을 키우면서 한번도 꽃을 피워본 적이 없는데
올해는 다섯개의 화분 중에 세개가 꽃을 피웠다.
내 자리가 가장 구석자리여서 추운 편인데 아마 그게 생존의식을 일깨웠나보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생존을 위해 약간의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동물원의 맹수들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먹이를 잡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나를 물어죽이진 않을까,
잠은 어디에서 자야하나,
평화는 없고 전쟁터 같은 환경만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식물도 역시 생존에 관한 스트레스가 있어야
종족보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꽃을 피우는 모양이다.
무릇 인간도 스트레스가 적당해야 발전이 있게 될 게다.
스트레스를 풀 양으로 난초를 바라다 보니
스트레스를 꽃으로 승화시킨 발전을 보게 되어, 이게 잔잔한 기쁨이다.
** 자판을 두들기다가 나태주님의 시는 시의 마지막에 점 하나를 찍는 걸 처음 알았다.
마침표 하나로 시를 마치는 것이다.
'너도 그렇다'에서 미처 눈치 채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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