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섬제비꽃이 쑥쑥 나오고 있습니다. 퀵서비스, 참 좋아요.
퀵 서비스 [장경린]
봄이 오면 제비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씀바귀가 자라면 입맛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비 내리는 밤이면
발정 난 고양이를 담장 위에
덤으로 얹어드리겠습니다 아기들은
산모 자궁까지 직접 배달해드리겠습니다
자신이 타인처럼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상품권으로 교환해드리겠습니다
꽁치를 구우면 꽁치 타는 냄새를
노을이 물들면 망둥어가 뛰노는 안면도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이들의 혼백은
가나다순으로 잘 정돈해두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제비들을 데리려 오겠습니다
쌀쌀해지면 코감기를 빌려드리겠습니다
* 봄동으로 끓인 된장국,
냉이로 끓인 된장찌개,
새콤매콤 무친 씀바귀무침,
입으로 느끼게하는 서~~비스
불둑불뚝 혹은 불숙불쑥
연한 것들이 거친 땅, 거친 나무껍질을 뚫고 나와
눈으로 느끼게하는 서~~비스
게다가 그냥도 아니고 퀵 서~~비스,
참 좋다.
갤럭시S4보다 빠르고
값없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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