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내색 [이규리]

JOOFEM 2014. 9. 23. 12:50

 

 

 

 

 

 

   

 

  내색 [이규리]

 

 

 

 

 

 

  꽃은 그렇게 해마다 오지만

  그들이 웃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일로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이 있는데

  자꾸 웃으라 했네

  거듭, 웃으라 주문을 했네

  울고 싶었네

  아니라 아니라는데 내 말을 나만 듣고 있었네

 

  뜰의 능수매화가 2년째 체면 유지하듯 겨우 몇 송이 피었다

  너도 마지못해 웃은 거니?

 

  간유리 안의 그림자처럼, 누가 심중을 다 보겠는가마는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미소 친절’ 띠를 두른 관공서 직원처럼

  뭐 이렇게까지

  미소를 꺼내려 하시는지

 

  여긴 아직 내색에 무심하다

  그러니 꽃이여, 그저 네 마음으로 오면 되겠다

 

 

 

 

 

 

 

 

* 인간이 이 세상에 올 때 행복하려고 왔을까?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그냥 엄마 아부지가 사랑을 해서 얻어진 生이다.

꽃처럼 세상에 와서 행복하다, 말하면 정말 행복한 것일까.

행복하냐? 마음에게 물으면 고개를 끄덕끄덕 할 수 있을까.

꽃은 그냥 꽃이듯 나도 그냥 나인데

행복하라니, 그것을 내색하라니......

행복은 목적이 될 수 없고

내색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을 만나고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느끼면 되는 것.

그저 바람을 느끼고 향을 느끼고 보드라움을 만지고 눈이 즐거우면 되는 것.

욕망대로 저지르고 고통스럽지만 인내하고 셀라비 셀라비 노래하면서

슈스케6처럼 떨어지는 낙엽이 훨씬 많다는 걸 위안 삼으면서

그저 다음 生에게 지금을 양보하며 사는 것.

그래서 후회가 없다면 잘 산 것이 되는 것.

 

요즘 책방에는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가득하다.

넘치는 행복.

넘칠까봐 두려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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