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점의 풍경이다. 앞줄에 진열된 단팥빵.
그 빵집 우미당 [심재휘]
나는 왜 어느덧 파리바케트의 푸른 문을 열고 있는가. 봄날의
유리문이여 그러면 언제나 삐이걱 하며 대답하는 슬픈 이름이여.
도넛 위에 쏟아지는 초콜릿 시럽처럼 막 익은 달콤한 저녁이 내
얼굴에 온통 묻어도 나는 이제 더 이상 달지가 않구나.
그러니까 그 옛날 강릉 우미당을 나와 곧장 파리바케트로 걸어
왔던 것은 아닌데, 젊어질 수도 없고 늙을 수도 없는 나이 마흔
살, 단팥빵을 고르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이제는 그 빵집 우미
당, 세상에서 가장 향긋한 아침의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것은 이미 이별한 것. 오늘이 나에게 파
리바게트 푸른 문을 열어 보이네. 바게트를 고르는 손이 바게트
네. 그러면 식탁에서는 오직 마른 바게트, 하지만 씹을수록 입 안
에 고이는, 그래도 씹다보면 봄날 저녁 속의 언뜻언뜻 서러움 같
은, 그 빵집 우미당, 누구에게나 하나씩 불에 덴 자국 같은
* 요즘 빠리바게트 없는 동네는 없을 게다.
거의 아파트 단지마다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시마다 유명한 빵집 하나씩은 있다.
대전에는 성심당이 유명해서 가끔 튀김소보로나 부추빵을 먹으러 가지만
진짜 맛있는 집은 뚜쥬르,라는 천안에 있는 빵집이다.
특별히 단팥빵을 좋아하므로 막내랑 빵 사러 가면
막내가 인심 쓰듯 두어개 담아주어서 꼭 먹게 된다.
단팥을 입에 가득 넣을 때 뿌듯하고 살이 뿌득뿌득 찔 것 같고
다른 어떤 빵보다도 맛을 느끼게 된다.
나만 맛있는 건 아닌지 이 빵집은 1호점에서 3호점까지 확장되었다.
어릴 때 삼립식품에서 나온 십원짜리 크림빵의 하얀 크림을 먹을 때만큼이나
행복한 것이 단팥빵 먹을 때이다.
그렇다고 다음에 나 만날 때 단팥빵을 사오라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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