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합니다 [정현종]
환합니다.
감나무에 감이,
바알간 불꽃이,
수도 없이 불을 켜
천지가 환합니다.
이 햇빛 저 햇빛
다 합해도
저렇게 환하겠습니까.
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와도
따지 않고 놔둡니다.
풍부합니다.
천지가 배부릅니다.
까치도 까마귀도 배부릅니다.
내 마음도 저기
감나무로 달려가
환하게 환하게 열립니다.
* 주페하우스에 자주 들러주시는 이웃블로거가 감 한 상자를 보내왔다.
단지 시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베풀어준 사랑이다.
이렇게 환한 감이 또 있을까 모르겠다.
이번 주는 주말에 '시사랑'카페의 정모가 있는 날이다.
늘 열두세명 정도 오는 모임이지만 항상 반갑고 늘 새 얼굴이 나타나 기쁨을 주곤 한다.
탱탱한 감이 환한 빛이 되고 시가 되고 따지 않고 놔둔, 사랑이 되고
그래서 늘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게다.
살아서 움직이는 이야기를 나누고
감처럼 빛나는 시를 낭송하고
소줏잔으로 정을 나누고
아쉬운 마음에 선물 하나씩을 서로 안긴다.
단지 시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
주페하우스에 드나드는 친구들도 저요, 저요! 손들고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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