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새소리 마을 [천수호]

JOOFEM 2015. 6. 24. 10:09

 

              * 새마을식당엔 새소리가 없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 왁짜지껄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다. 

 

 

 

 

 

새소리 마을 [천수호]

 

 



 
 

새소리로 소통하는 마을이 있다 새소리로 이웃을 부르고  새소리로 심부름

시키는 산촌 마을, 새와 사람이 함께 지저귀는 마을이다 새소리에 기댄 사람

들은 너무 멀리서 서로를 불렀다 언덕에서 부르면  골짜기에서  대답했다 윗

마을에서 날아오른 지저귐이 아랫마을에  닿으면  때론 춤이 되고 때로는 노

래가 되었다 흥이 난 아이들은 길을 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소리로 소통하기엔 마을이 너무 가까워졌다 소리 대신 손을 먼저 내밀게

된 아이들은 점점 새소리를 잊어갔다 서로에게 춤을 권할  줄도 노래를 권할

줄도 몰랐다 새가 지저귀는지 어른들이 부르는지 분간하지 못했다 어른들은

궁여지책, 새소리 학교를 열었다 새소리로 웃고 새소리로  울게 했다 마침내

이 마을엔 온통 새소리뿐이다 소리만 남겨두고 정작, 새는 날아가버렸다

 

 

 

 

 

 

*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될 게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의 언어를 가르치며 국제화 내지는 세계화를 꿈꾸며 꿈나무들을 키웠다.

지금은 일본어나 독일어 스페인어 따위를 배우는 것은 바보같은 일로 여긴다.

그냥 영어 하나면 다 소통 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소통하며 살 수는 없는 것이고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고유의 하위문화가 존재하기에

서로 존중하고 아껴줄 필요가 있다.

마을은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새도 살고 다른 동물들도 사는 곳이다.

다른 것들을 인정해주고 받아주고 품어주는 인간다움이 있는 마을이면 좋겠다.

새소리 마을이 사라지고 그냥 마을이 존재하면 좋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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