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의 한 낚시터 사진이다. 저 오리가 혹시......
낚시터 여자 [이영광]
명주실이 동굴의 깊이를 다 뽑아내듯
생이 질주해 간 여자
동물의 상처를 가진 여자
어리기만 한 기억을 자꾸 게우며
늙지 않는 여자
라일락 라일락 흐린 물 저어
와서는, 깨는 일 고단해
칼끝같이 조는 여자
깨우면 깨질 것 같은,
잠시 풍경이 되었다가
떡밥처럼 꿈에 담겼다가
화들짝 사람으로 낚여 올라오는 여자
저 앉았던 플라스틱 의자에
다 돌아오지 못하는 여자
깨지 않으며 잠들지 않으며
졸음에 낚여 들어가는 여자
생각하지 않는 여자
생각하면 죽고,
생각하면 살고,
낚시줄이 꿈의 속살을 다 누비도록
피 흐르지 않던 여자
여자였던 여자
아, 여자는 많고
여자의 꿈은 깊어서
이 강산 낙화유수 어디에나
하나쯤은 섰던 듯한데
그리워 손짓하면 없는 여자
사랑없이, 사랑없이, 사랑하자고
사랑만 하자고 덤비는
낚시터 여자
* 나는 개인적으로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 찌를 바라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라 생각속에 허우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꼬물거리는 지렁이를 바늘에 꿰는 일이 영 마땅치 않아 낚시를 하러 가는 일은 아주 드물다.
대신 요리를 좋아해서 남들이 잡아놓은 물고기를 칼질하고 끓이는 일을 담당한다.
이 시를 읽으며 떠올린 사람은 시인이 된 이솝님(김이솝 혹은 김대성시인)이다.
트레이드마크처럼 늘 수산업을 한다고 말하고 실제로도 먼 의성까지 가서 낚시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근교에도 낚시터는 많은데 의성까지는 왜 갈까, 궁금했는데
아마 의성에만 낚시터 여자가 있어서일 게다.
죽자사자 뎀비는 여자가 의성에만 있다는 건데 그 여자 이름을 알 듯도 하다.
樂詩이거나 女友詩이거나 아니면 그냥 詩일지도 모른다.
이영광시인도 의성사람이니 의성에 가면 저 낚시터여자를 만날지도 모른다.
지도검색을 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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