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낚시터 여자 [이영광]

JOOFEM 2015. 10. 9. 08:49

 

                                                                              의성의 한 낚시터 사진이다. 저 오리가 혹시......

 

 

 

 

 

낚시터 여자 [이영광]




 

명주실이 동굴의 깊이를 다 뽑아내듯

생이 질주해 간 여자

동물의 상처를 가진 여자

어리기만 한 기억을 자꾸 게우며

늙지 않는 여자

라일락 라일락 흐린 물 저어

와서는, 깨는 일 고단해

칼끝같이 조는 여자

깨우면 깨질 것 같은,

잠시 풍경이 되었다가

떡밥처럼 꿈에 담겼다가

화들짝 사람으로 낚여 올라오는 여자

저 앉았던 플라스틱 의자에

다 돌아오지 못하는 여자

깨지 않으며 잠들지 않으며

졸음에 낚여 들어가는 여자

생각하지 않는 여자

생각하면 죽고,

생각하면 살고,

낚시줄이 꿈의 속살을 다 누비도록

피 흐르지 않던 여자

여자였던 여자

아, 여자는 많고

여자의 꿈은 깊어서

이 강산 낙화유수 어디에나

하나쯤은 섰던 듯한데

그리워 손짓하면 없는 여자

사랑없이, 사랑없이, 사랑하자고

사랑만 하자고 덤비는

낚시터 여자




* 나는 개인적으로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 찌를 바라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라 생각속에 허우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꼬물거리는 지렁이를 바늘에 꿰는 일이 영 마땅치 않아 낚시를 하러 가는 일은 아주 드물다.

대신 요리를 좋아해서 남들이 잡아놓은 물고기를 칼질하고 끓이는 일을 담당한다.

이 시를 읽으며 떠올린 사람은 시인이 된 이솝님(김이솝 혹은 김대성시인)이다.

트레이드마크처럼 늘 수산업을 한다고 말하고 실제로도 먼 의성까지 가서 낚시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근교에도 낚시터는 많은데 의성까지는 왜 갈까, 궁금했는데

아마 의성에만 낚시터 여자가 있어서일 게다.

죽자사자 뎀비는 여자가 의성에만 있다는 건데 그 여자 이름을 알 듯도 하다.

樂詩이거나 女友詩이거나 아니면 그냥 詩일지도 모른다.

이영광시인도 의성사람이니 의성에 가면 저 낚시터여자를 만날지도 모른다.

지도검색을 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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