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예감 [전윤호]
아이가 장난감 상자를 뒤집어 버린 듯
계절이 흐트러지고
폭우가 쏟아졌다
축대가 무너지고
길이 끊겼다
고립된 채 물바다가 된 마을들
이제 천둥과 번개가 가득한 하늘 아래
빌딩들은 폐쇄되고
신전은 무너질 것이다
폐허마다 덩굴이 올라갈 것이다
은행들은 바오밥나무를 껴안은 채 사라지고
관공서엔 보아뱀이 알을 품을 것이다
즐거운 열대우림
바지 하나 걸치고
바나나를 먹으며
나무위에서 살리라
그때를 위하여
잠시 불편한 지금을 참을 수밖에
- 순수의 시대, 달아실 시선, 2017
* 자연으로부터 혹은 현대사회로부터 많은 재앙 내지는 재해가 온다.
아수라장이 되고 현실은 지옥과 같을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또 다음 생에는 천국이 온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은
현실의 불안을 떨치고 제발 평안이 오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말은 잠시 불편한 지금을 참자는 거다.
좋아! 좋아!
먼 훗날 혹은 다음 생에 바지 하나 걸치고 바나나를 먹으며 나무 위에서 살기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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