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용 멸치 [신미균]
어머니를 뜨거운 물에 넣어
팔팔 끓였습니다
비늘이 떨어져 나간 어머니가
너덜거립니다
옆구리를 조금 떼어
빨아보았습니다
아직도 국물이
덜 우러나왔습니다
불을 조금 더 세게
틀었습니다
오래 오래
팔팔 끓였습니다
지느러미가 떨어져나간 어머니가
흐느적거립니다
허기질 때마다 국물을 마십니다
언뜻언뜻 내 몸에서
비린내가 납니다
- 맨홀과 토마토케첩, 천년의 시작, 2003
* 신미균시인은 국물용 멸치보다 디포리로 국물을 내신다고 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디포리 국물에 국수를 말아주신다 했는데
아직이다.
언젠가는 디포리국수를 먹을 수 있겠지, 희망을 가져본다.
해리 스타일스의 'Sign of the times'라는 팝송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아이는 괜찮지만 생명이 위험한 어머니가
자신의 생에 남은 5분 남짓의 시간에 삶의 시련을 잘 이겨내라는,
아이에게 주는 메세지를 가사에 품고 있다.
증간 중간 the bullets, the bullets라는 가사가
언뜻 들으면 디포리! 디포리!로 들린다.
가끔 엘지 스마트폰 광고에도 이 노래가 살짝살짝 들린다.
디포리!를 들을 때마다 신미균시인의 디포리가 생각나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유튜브에 떠있는 이 노래 꼭 들어보시라. 미소가 절로...)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의 단편 [이병률] (0) | 2017.12.14 |
---|---|
에곤 실레 [김상미] (0) | 2017.12.11 |
덤 [길상호] (0) | 2017.12.04 |
만원 지하철에 나방 한 마리 날아올랐다 [허연] (0) | 2017.11.30 |
빨래 [김수우] (0) | 2017.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