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국물용 멸치 [신미균]

JOOFEM 2017. 12. 8. 13:30








국물용 멸치 [신미균]





어머니를 뜨거운 물에 넣어

팔팔 끓였습니다


비늘이 떨어져 나간 어머니가

너덜거립니다


옆구리를 조금 떼어

빨아보았습니다


아직도 국물이

덜 우러나왔습니다


불을 조금 더 세게

틀었습니다


오래 오래

팔팔 끓였습니다


지느러미가 떨어져나간 어머니가

흐느적거립니다


허기질 때마다 국물을 마십니다


언뜻언뜻 내 몸에서

비린내가 납니다



         - 맨홀과 토마토케첩, 천년의 시작, 2003





* 신미균시인은 국물용 멸치보다 디포리로 국물을 내신다고 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디포리 국물에 국수를 말아주신다 했는데

아직이다.

언젠가는 디포리국수를 먹을 수 있겠지, 희망을 가져본다.


해리 스타일스의 'Sign of the times'라는 팝송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아이는 괜찮지만  생명이 위험한 어머니가

자신의 생에 남은 5분 남짓의 시간에 삶의 시련을 잘 이겨내라는,

아이에게 주는 메세지를 가사에 품고 있다.

증간 중간 the bullets, the bullets라는 가사가

언뜻 들으면 디포리! 디포리!로 들린다.

가끔 엘지 스마트폰 광고에도 이 노래가 살짝살짝 들린다.

디포리!를 들을 때마다 신미균시인의 디포리가 생각나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유튜브에 떠있는 이 노래 꼭 들어보시라. 미소가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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