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칸쵸!
나를 버릴 수 없어서 [박남희]
내 몸에서 옷을 버린다
구두를 버린다
머리카락을 버린다
한차례 비가 내리고 나를 버릴 수 없어서
여름을 버리고
뒤집힌 우산을 버리고
무너진 담벼락을 버린다
내가 버린 것들이 혹시 나일까 생각하다가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저 혼자 외연을 넓히던 상상력을 버리고
혹시 내가 버린 것들로부터 내가 버려진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벽에 걸린 뾰족한 초침의 눈빛을 버리고
그 초침에 찔리고 싶어 하는 시간을 버리고
그 시간 속에 갇혀 있던 조바심을 버리고
그러고도 나를 끝끝내 버릴 수 없어서
어디론가 뻗어 가고 싶어 하는 강 하나 남겨 둔다
그 강의 출렁이는 물살을 버리면
나를 아주 다 버리는 것 같아서,
- 시인동네 2017년 10월호
* 16년 키운 고양이, 칸쵸를 병원에 입원 시켰었다.
콩팥, 간, 혈압 등등 안 좋은 곳이 많았다.
슬프지만 지난주에 폐렴증세로 결국 고양이들의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한번도 아프지 않고 잘 지냈는데 한순간에 그렇게 되었다.
나를 버릴 수 없어서...
* 코로 약간의 미음을 먹었다. 그게 마지막 식사였네.
* 민우의 품에 안겨 나에게 눈길을 준다. 서로 눈을 깜빡였다. 그게 우리의 대화였으니까.
* 한때 저렇게 날렵하고 건강했었지.
* 민우와 오래도록 교감을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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