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디다 [김정석]
'견디다' 하면 머리가 하얘지는데
'전디다' 하면 가슴까지 뻐근해져서
'전디다'라는 말이 좋다
볼트와 너트가 입 앙 다물고 상대를 전디듯
바이러스가 어지럽힌 세월을 전디고
세월이 빠져나가는 나를 전디고
당신을 전디고
- 내가 나를 노려보는 동안, 천년의 시작, 2020
* 육십의 턱밑까지 온 김정석 시인.
그만한 세월에 얼마나 견디는 게 많았을까요.
이제는 견디다 못해 전디는 경지까지 도달했나봅니다.
그러니 '전디다'라는 말을 좋다고 말하는 거겠지요.
앞에 나온 시보다 더 후덕해지고 나긋나긋하고 느긋느긋하고
차고넘칠만큼 찰랑찰랑합니다.
두번째 시집을 상재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이삼년 뒤에 정년 퇴직하면 전업시인으로 더 좋은 시를 쓰시길 빕니다.
유홍준시인의 발문에 술 실력은 빵점, 노래 실력은 백점이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이천팔년인가 구년인가 광양불고기 대접 받고 이차로 노래방 가서 들었던 노래는
분명 백점짜리였습니다.
다만 기억 나는 노래제목은 없고 플로우님이 김현식의 '추억만들기'를 불러
깜짝 놀랬다는 전설이 생각납니다.
딱 한 번의 인연이었는데 이렇게 두 번째 시집을 통해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달 [김정석] (0) | 2020.10.29 |
---|---|
혼자 울지 마라 [정용주] (0) | 2020.10.28 |
정선 몰운대 [전영관] (0) | 2020.10.23 |
야생 [이현호] (0) | 2020.10.19 |
저녁이 와서 당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 [권현형] (0) | 2020.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