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청정 해역 [이덕규]

JOOFEM 2022. 10. 19. 07:57

노명희 화가 그림

 

 

 

 

청정 해역 [이덕규]

 

 

 

 

여자하고 남자하고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있다네

하루 종일 아무 짓도 안 하고

물미역 같은 

서로의 마음 안쪽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다네

너무 맑아서

바닷속 깊이를 모르는

이곳 연인들은 저렇게

가까이 있는 손을 잡는 데만 

평생이 걸린다네

아니네, 함께 앉아 

저렇게 수평선만 바라보아도

그 먼바다에서는

멸치떼 같은 아이들이 태어나

떼지어 떼지어 몰려다닌다네

 

         -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문학동네, 2022 

 

 

 

 

 

* 청정 해역에서 잡힌 전복으로 

초록색 바닷물 닮은 죽을 끓여 먹고 싶네.

꼬들꼬들한 해초 듬뿍 넣고 초고추장에 밥 비벼 

게눈 감추듯 비빔밥을 먹고 싶네.

 

커피 한 잔씩 테이크아웃해서 수평선 바라보며 하염없이 멍때리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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