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김상미]
종로2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황지우 시선집을 이천구백원에 샀다. 횡재다. 아주 싼 커피값에 시에 눈뜨게 해준 정수, 여전히 이 시대의 불행과 비극의 골목길을 온몸으로 버티고 서 있는, 이 뛰어난 시집을 이천구백원에 사다니. 종로점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마음은 자꾸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애(愛)시인들은 모두 언제나 그리운 나그네들 같아 어느 날 문득, 다시 찾아오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온 밤이 별이 빛나는 밤으로 변한다. 수만 수천 사람들이 반짝반짝 눈을 뜨고 시를 밝히는, 별이 빛나는 밤!
-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문학동네, 2022.
* 알라딘 중고서점 애용자인데,
가끔 앞 표지 뒷장에 시인이 사인한 시집을 발견하곤 한다.
시인이 누군가에게 보내준 귀한 선물이 왜 중고서점에 와 있을까.
나는 횡재라고 생각하고 덥석 사기는 하지만
시인이 알면 무척 서운해 하겠다.
나로서는 시인의 사인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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