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눈 [이규리]
부질없지만
부질없음으로 더욱 부질없지만
4월이 4월에게 있었습니다
색을 보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라진다는 걸 적지는 않겠지요
4월의 눈이 아름답다 하는 동안 어떤 연두는 다 얼었는데
어린 잎들이 입을 물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자유입니다
어떤 자유는 패배
다친 곳을 묵묵히 들여다 보아요
우리는 왜 똑똑하려고 애를 썼을까요
사라진 연두에 대하여
그리고 밤에 읽는 죽음에 대하여
피해갈 수 없는 것을 두고
남은 사람은 여전히 어려울 것입니다
덧없고 찬란한 이것을
슬프고 아득한 그것을
그러니 어서 가도록 해요
가서 말하지 않도록 해요
-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2020
* 4월에 눈이 내린 적이 더러 있었다.
연두연두했던 것들이 그만 얼어죽고 꽃을 피우지 못하기도 했다.
며칠 전 3월이지만 갑자기 밤 기온이 떨어지면서 일찍 피었던 목련꽃이 얼어서
추한 모습으로 달려있다가 낙화했다.
갑자기 그런 변화에 슬프고 아득했겠지만 내년엔 다시 화양연화가 되길......
베란다의 식물들은 다행히 겨울을 잘 지냈고
실내에서 자라던 몇몇 식물들은 오늘 베란다로 내놓았다.
냉해 입을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햇볕 듬뿍 받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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