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새롭게 새롭게[김연신]

JOOFEM 2006. 1. 9. 13:09

 

 

 

새롭게 새롭게[김연신]

 

 

 

 

마음이 어느 담 모퉁이에 기대어 앉아
시름없이 먼 곳을 바라볼 때에나,
바람 부는 들판에 혼자 서서
이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것이 아니다 하고
흩날리는 말의 갈기같이 소리치고 있을 때에나,
깊은 우물 속에 가라앉아서
세모꼴로 네모꼴로 변하고 있을 때에나,
살과 살이 뼈와 뼈가
절구공이 밑에서 위만 쳐다보고 있을 때,


갈아서 엎으시고 데려가서 앉히소서
한 칼로 베시고 다시 살려내소서
깃털로 쓸어주시고 손바닥으로 어루만져주소서
몸과 몸에 붙은 모든 것을 가져가서 불태워버리시고


입으로 불어내시는 바람과 같이 새롭게 하여주소서.

 

 

 

* 해마다 해가 바뀐다. 작년은 을유년, 올해는 병술년. 육십년전의 병술년과 지금의 병술년은 무엇이 다른가.  그냥 육십년전의 병술년이고 육십년후의 병술년일 뿐인가.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스쳐지나가는 병술년일 뿐인가. 아니면 을축년같이 살다보면 또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을축년을 만나게 될 것인가. 그런데 도무지 해가 바뀌지 않으면 새로와질 것 같지 않으니 인위적으로라도 해가 바뀌어져야만 새로와 질 수 밖에 없음이 현실이니 그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한다. 병술년 다음에 술병년이 올지 말술년이 올지 모르지만 그게 인생에 커다란 의미는 없다. 다만 해가 바뀌어야 갈아엎고 다시 살리고 할 뿐이니 그래야 우리는 외칠 수 있으리니. 오 새로운 해가 뜬다. 오 새로운 바람이 분다. 오 새로운 까치가 운다. 참 새롭다. 이 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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