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백
‘관계’ [손현숙]
도둑맞아 어수선한 내 집에 앉아
나는 왜 그 흔한
언니 하나 없는 걸까,
무섭다는 말도 무서워서 못하고
이불 둘둘 말아 쥐고 앉아서
이럴 때 느티나무 정자 같은
언니 하나 있었으면.
아프다고, 무섭다고, 알거지가 되었다고
안으로 옹송그리던 마음
확 질러나 보았으면.
언니,
부르는 내 한마디에
물불 가릴 것 없이 뛰어와 주는
조금은 무식한
아무 때나 내 편인.
* 우리 집안은 여자형제는 여자형제끼리, 남자형제는 남자형제끼리 언니라는 말을 쓴다.
어려서 동진언니, 찬석언니라고 불렀고, 내 바로 위 형은 그냥 언니라고 불렀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그리 불렀는데 그렇게 부르는 집이 없었다.
조금 커서는 다른집처럼 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물론 나의 경우에......
언니라는 말은 참 정감이 가는 말이고 부르면 언제나 내 편인 거였다.
형이라고 부르면 왠지 좀 먼 것처럼 느껴진다.
연년생이라 언니는 늘 친구같았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형이라고 불렀다가
요즘은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점점 먼 관계가 되어간다.
** 세상 살면서는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
가장 가까운 관계는 가족관계이다.
조금씩 지경을 넓혀가면 친구관계, 동료관계, 동창관계, 지역관계,,,,,,
온통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이 관계를 잘 맺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맺기를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다.
동대문 의류시장에 가면 점원들은 손님을 무조건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위장해
고객과의 관계를 맺으려 한다.
어느 곳에서든지 관계를 잘 맺어놓기만 하면 세상사가 편해지긴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모든 관계를 끊어버릴까 생각할 때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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