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관계’ [손현숙]

JOOFEM 2009. 7. 16. 20:36

                                                                                                                               황규백

 

 

 

 

 

 

‘관계’ [손현숙]

 

 

 

 


도둑맞아 어수선한 내 집에 앉아

나는 왜 그 흔한

언니 하나 없는 걸까,

무섭다는 말도 무서워서 못하고

이불 둘둘 말아 쥐고 앉아서

이럴 때 느티나무 정자 같은

언니 하나 있었으면.

아프다고, 무섭다고, 알거지가 되었다고

안으로 옹송그리던 마음

확 질러나 보았으면.

언니,

부르는 내 한마디에

물불 가릴 것 없이 뛰어와 주는

조금은 무식한

아무 때나 내 편인.

 

 

 

 

 

 

 

 

* 우리 집안은 여자형제는 여자형제끼리, 남자형제는 남자형제끼리 언니라는 말을 쓴다.

어려서 동진언니, 찬석언니라고 불렀고, 내 바로 위 형은 그냥 언니라고 불렀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그리 불렀는데 그렇게 부르는 집이 없었다.

조금 커서는 다른집처럼 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물론 나의 경우에......

언니라는 말은 참 정감이 가는 말이고 부르면 언제나 내 편인 거였다.

형이라고 부르면 왠지 좀 먼 것처럼 느껴진다.

연년생이라 언니는 늘 친구같았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형이라고 불렀다가

요즘은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점점 먼 관계가 되어간다.

 

** 세상 살면서는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

가장 가까운 관계는 가족관계이다.

조금씩 지경을 넓혀가면 친구관계, 동료관계, 동창관계, 지역관계,,,,,,

온통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이 관계를 잘 맺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맺기를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다.

동대문 의류시장에 가면 점원들은 손님을 무조건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위장해

고객과의 관계를 맺으려 한다.

어느 곳에서든지 관계를 잘 맺어놓기만 하면 세상사가 편해지긴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모든 관계를 끊어버릴까 생각할 때도 있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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