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싸움[이정록]
절에 갔다가
아빠랑 화장실에 갔다.
깊고 넓은 똥 바다
꼬추를 잘 조준해서
아빠의 오줌 폭포를 맞혔다.
칼날이 부딪히는 것 같았다.
아빠도 재밌는지
내 오줌 줄기를 탁탁 쳤다.
옆 칸이라 안 보이지만
아빠 꼬추도 삐뚤어졌겠다.
아빠 손에도 오줌이 묻었겠다.
* 아이들에겐 아빠가 넘어야할 산이고 그래서 넘고 싶어 한다.
매운 고추를 아작아작 씹어먹는 아빠를 흉내내어 매운 고추를 먹어 본다.
눈물이 핑 돌고 죽을 것 같아도 아빠처럼 강하다는 걸 보이고 싶어 꾹 참는다.
어두운 골목길을 갈 때에도 아빠처럼 무서워 하지 않는 걸 보여주고 싶어 무서움을 꾹 참아본다.
아주 어려서부터 아이들은 아빠와 경쟁의식을 갖고 산다.
왜냐면 아빠를 이기고 싶고 아빠처럼 살고 싶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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