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그림
아라리 한 소절-오산여자[전윤호]
정선 사람도 잘 모르는 깊은 골짜기
굽이굽이 강이 휘도는 벼랑 앞에
나무로 지은 집 한 채
죽을 병 걸린 남자 살리겠다고
오산 여자가 지었단다
지성으로 간호해서 살만하니
삼척으로 바람나 떠났다는 사내
만들다 만 정원
도굴된 무덤처럼 흩어진 돌무더기들
꽃 피고
새 울고
강 물소리
이제 돌아오지 않는 오산 여자의
유적지
구슬픈 표지판이나 하나 세울까
* 오지에서 딱히 사랑할만한 사람도 없을텐데
짝지어 살다가 지성으로 사랑해준 여자를 버리고 사내가 떠났다고 한다.
해마다 꽃은 피고지고 해마다 새는 울어대고 해마다 강은 울음 울고
여자는 미쳐서 떠나갔을 것만 같다.
사랑은 움직이는거라는 광고 카피도 있지만
사랑은 도다오는거야(돌아오는거야)라는 어느 혀짧은 개그우먼의 멘트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인데
요즘은 세태가 변해서 Give or Take로 변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랑법도 변한다는 것일 게다.
침묵할 것, 하던 시대는 지나갔고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저렇게나 오지에서도 더 나은 종족보존을 위해, 겨우 추스른 몸을 이끌고
삼척까지 나가다니. 바람이 났다니......오산 여자를 버렸다니.
대단한 남자이다.
아라리가 났다는 것은 어쩌면 몸속에서 혹은 영혼속에서 무언가가 헤까닥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N극이 S극이 되고
페라이트가 오스테나이트로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삶의 불균형이 균형을 이루었거나 균형이 중심을 잃고 불균형해졌거나,일 것이다.
그냥 따뜻한 봄날에 얼었던 강물이 스르르 녹았다고 치는 게 맞을 게다.
그 운명을 바꿀 수 없고 돌이킬 수 없어서 정말 어쩔 수가 없어서 아라리가 나는 것일 게다.
사랑 참 슬프다. 그래서 아라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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