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노래[엄원태]

JOOFEM 2011. 2. 2. 22:18

 

             사진 정윤선

 

 

 

 

 

 

 

 

노래[엄원태]

 

 

 

 

 

가설식당 그늘 늙은 개가 하는 일은

온종일 무명 여가수의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일

턱까지 땅에 대고 엎드려 가만히 듣고

심심한 듯 벌렁 드러누워 멀뚱멀뚱 듣는다

 

곡조의 애잔함 부스스 빠진 털에 다 배었다

희끗한 촉모 몇 올까지 마냥 젖었다

진작 목줄에서 놓여났지만, 어슬렁거릴 힘마저 없다

눈곱 낀 눈자위 그렁그렁, 가을 저수지 같다

 

정작, 노래를 틀어대는 주인아저씨보다

곡조의 처연함 제 몸으로 다 받아들인 늙은 개가

저 여가수의 노래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뼛속까지 사무친다는 게 저런 것이다

저 개는 다음 어느 생에선가 필시 가수로 거듭날 게다

노래가 한 생애를 수술바늘처럼 꿰뚫었다

 

 

 

 

 

 

* 노래는 세대를 가른다.

- 이장희를 아니?

이장희가 누구예요?

- 이상은은 아니?

녜, 알아요.

- 응, 넌 n세대구나.

비욘세의 노래보다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더 잘 아는 나는 그럭저럭 올드 팝송세대이다.

요즘 노래에도 많은 관심을 갖긴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트렌드보다는 가창력이나 음악성을 따지게 된다.

티비에서 잠깐 '세시봉'을 보았다.

이장희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과거는 흘러갔어도 그들의 노래는 내 기억속에 잘 저장되어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는 심금을 울린다.

이제는 기타의 울림 하나하나까지 정겹다.

마지막 공연이라며 노래하는 이장희의 목소리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인촌묘소앞에서 하얀손수건을 배우던게 엊그제 같은데 나도 이젠 올드세대가 되었다.

하지만 안올드가 되려고 헉헉거리며 2AM의 노래를 따라불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