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이모를 경배하라[이영혜]

JOOFEM 2011. 3. 18. 23:46

 

         고모집은 전투적이고 이모집은 얌전하고 수수하다. 편견일까.

 

 

 

 

 

이모를 경배하라[이영혜]

 

 

 

 

 

“<급구> 주방 이모 구함”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 애타게 이모를 찾고 있다

고모(姑母)는 아니고 반드시 이모(姨母)다

 

언제부턴가 아줌마가 사라진 자리에

이모가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병원에서도

이모가 대세다

단군자손의 모계가 다 한 피로 섞여

외족, 처족이 되었다는 말인지

그러고 보니 두 동생들 집 어린 조카들도 모두

늙수그레한 육아도우미의 꽁무니를

이모 이모하며 따라다닌다

이모(姨母)란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일컫는 말이니

분명 이모는 난데

이모(二母), 이모(異母), 이모(易母)?

 

그렇다면 신모계사회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것인데?

“이모, 여기 참이슬 한 병”을 외치는 도시유목민,

저 사내들의 눈빛이 처연하다

왁자지껄, 연기 자욱한 삼겹살집은 언제나

모계씨족사회의 한마당 축제날

젖통 출렁이며 가위를 휘두르고 뛰어다니는

절대 권력의 저 여전사,

싱싱한 사냥감을 토기 가득 담아내올 것 같아

나도 한 번

“이모 여기요”하고 손을 들어본다

바야흐로 여족장의 평화로운 치세가 시작되었다

이모를 경배하라!

 

 

 

 

 

 

* 왕년에 학교앞에는 막걸리집 이름이 고모집, 이모집등이 있었다.

그 땐 이모집보다는 고모집을 더 많이 갔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고모집보다는 이모집이 대세이다.

가정에서 여자의 파워가 커지면서 친가보다는 외가로 기운 까닭이다.

왠지 고모는 심술맞고 무서운 것 같고

왠지 이모는 다정하고 살가운 것 같은 세태이다.

왠지 고모, 여기 반찬 좀 더!라고 했다간 째려볼 것 같고

왠지 이모, 여기 상추 좀 많이!라고 하면 소쿠리째 가져다 줄 것 같다.

정말 국사시간에 배운, 모계씨족사회가 부활하는 모양이다.

바야흐로 이모의 전성시대,

이모를 경배하라!

 

이모집 이모는 대체로 가슴가리개를 안하므로 易母가 확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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