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고영]
억지로 등 떠밀려
엉거주춤 길 나서는 고향집 앞
몇 올 남은
물 빠진 꽃잎마저 다 떼어주고
앙상한 손 흔드는
외줄 꽃대
어여가, 어여!
무거운 발길 보채면서도
행여 소식 끊을까
어머닌 연신 손을 귀에 대고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자꾸만
뒤돌아보는
아련히
먼 꽃
* 어린 아이들은 엄마한테 버림받을까봐 치맛자락을 붙들지만
나이드신 노모는 자식한테 버림받을까봐 눈치를 살핀다.
품안의 자식이 떠나갔으니 참 허전한 마음일텐데도
어여가,어여,하며 손사래를 치며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앙상한 외줄꽃대로도 어머닌 어머닌거다.
우리도 늙으면 그 앙상한 모습이 되련만 헤아려드리지 못한 마음이 슬픈 코스모스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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