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적 [유희경]
나와 다른 한 명이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대
한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조금도 꾸미지 않고 천
천히 분리되며. 그래 구름이. 멀리에도 구름이 있었
다. 두 명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구름을 보았다.
구름들은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속도. 저쪽으로. 그냥
저쪽으로 미끄러졌다. 두 명은 각각 무슨 말을 했는
데 중요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구름은. 그냥 보이는
것이고. 그저 나는 풀썩, 구름 위에 앉고 싶어 하는
어떤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자꾸
풀썩, 풀썩,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밤이 왔다. 나와 다른 한 명은 더 이상 나무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구름은 조금만 보였다. 나는 그것
도 좋았다. 다른 한 사람은 어땠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 언젠가는 이 블로그도 없어지거나 폐쇄가 될 게다.
지금까지 오면서 다녀간 이웃블로거중에는 한동안 꽤 정성을 들여
궤적을 남기고 간 이들이 많다.
뚝, 그 궤적이 끊어진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싫은 소리를 한 적도 없고 사상이 다른 적도 없다.
그저 이유를 알 수 없을 뿐이다. 그 뿐이다.
한 편의 시를 통하여 교감했던 그 순간이 가장 소중한 것이기에
궤적이 멈추었다고 곰곰이 생각할 일은 아닌 게다.
구름이 보였다가 사라진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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