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쓸쓸한 낙서 [복효근]
철거지역 담벼락에
휘갈겨 쓴 붉은 스프레이 글씨,
SEX
저것을 번역한다면
'사랑'이거나 '씹할' 정도가 아닐까
분노와 욕망이 함께 거주하는
저 덜렁 벽 하나뿐인 집
버티고 선 포크레인
그리고 도심의 휘황한 불빛 앞에서
피 흘리듯 흘림체의 저 SEX는
누리고 있는 자가 더 누리기 위한 호사는 아닐 것
애써 다독이며 숨어서 하는 쓸쓸한 수음과도 같은 것
분노하고픈 사랑이여
사랑하고픈 분노여
제 몸을 내어준 벽이 홀로 쓸쓸하다
* 이 시를 읽으면 영화감독 김기덕이 생각난다.
'세상은 X다' 그래서 세(世)엑스,섹스다.
철거지역에서 세상은 거지같다. 에잇, 섹스다
집도 아닌 것이 집인 양 벽만 남아서 사랑도 할 수 없으니
욕이라도 할 밖에, 씨할!
분노, 사랑, 욕망, 견고한 포크레인, 쓸쓸, 수음......
김기덕식 한편의 낙서다.
피 줄줄 흘리는 세(世)엑스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치의 아이러니 [진은영] (0) | 2012.09.14 |
---|---|
이제 됐어 [문정희] (0) | 2012.09.14 |
콩 [신미균] (0) | 2012.09.08 |
다보탑을 줍다 [유안진] (0) | 2012.09.07 |
들꽃 [김경란] (0) | 2012.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