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쓸쓸한 낙서 [복효근]

JOOFEM 2012. 9. 12. 23:37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쓸쓸한 낙서 [복효근]

 

 

 

 

철거지역 담벼락에

휘갈겨 쓴 붉은 스프레이 글씨,

SEX

 

저것을 번역한다면

'사랑'이거나 '씹할' 정도가 아닐까

분노와 욕망이 함께 거주하는

저 덜렁 벽 하나뿐인 집

 

버티고 선 포크레인

그리고 도심의 휘황한 불빛 앞에서

 

피 흘리듯 흘림체의 저 SEX는

누리고 있는 자가 더 누리기 위한 호사는 아닐 것

애써 다독이며 숨어서 하는 쓸쓸한 수음과도 같은 것

 

분노하고픈 사랑이여

사랑하고픈 분노여

 

제 몸을 내어준 벽이 홀로 쓸쓸하다

 

 

 

 

 

 

* 이 시를 읽으면 영화감독 김기덕이 생각난다.

'세상은 X다' 그래서 세(世)엑스,섹스다.

철거지역에서 세상은 거지같다. 에잇, 섹스다

집도 아닌 것이 집인 양 벽만 남아서 사랑도 할 수 없으니

욕이라도 할 밖에, 씨할!

분노, 사랑, 욕망, 견고한 포크레인, 쓸쓸, 수음......

김기덕식 한편의 낙서다.

피 줄줄 흘리는 세(世)엑스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치의 아이러니 [진은영]  (0) 2012.09.14
이제 됐어 [문정희]  (0) 2012.09.14
콩 [신미균]  (0) 2012.09.08
다보탑을 줍다 [유안진]  (0) 2012.09.07
들꽃 [김경란]  (0) 2012.09.06